작은 숨결, 긴 여정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숨을 고른다. 깊고 얕은 숨 사이로 떠오르는 것은 늘 비슷한 걱정들이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찾아오는 그 불안들.

어느새 나이를 먹었다. 성장 그래프가 둔화된 건 꽤 오래전부터였다. 눈에 띄는 승진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가끔은 후배들에게 자리 하나 내어주어야 할 시기를 스스로 가늠해보기도 한다. 그때가 오면, 나는 무엇이 될까?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삶의 방향타를 다시 잡아야 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노인들의 얼굴에서 시간의 흔적을 읽는다. 주름진 손등과 느린 걸음에서 오랜 세월이 보인다. 저 사람은 오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시간들을 지나 여기까지 걸어왔을까? 그리고 문득, 생각이 얼어붙는다. 저렇게 있는 것조차, 준비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나이 듦에 대한 준비, 그것은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지금 나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다. 경제적 자유란 단어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 같고, "나만의 일"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조차 스스로 피곤하게 느껴진다. 자본도, 인맥도, 거창한 계획도 없다. 마치 텅 빈 방에 홀로 선 것 같은 기분이다. 무엇 하나 손에 쥔 것이 없는 느낌. 그렇게 또 한숨을 쉰다.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이.

한편으로 생각해 본다. 꼭 거대한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걸까? 우리는 종종 '의미 있는 일'의 크기를 과대평가한다. 1인 회사도, 작은 활동도, 모두 '나를 위한 경제적 구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시작의 크기가 아니라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가에 있는 것 아닐까? 마치 오랜 시간 바위를 깎는 물방울처럼, 작지만 지속적인 행위가 결국 큰 변화를 만든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더라도 좋다. 작게, 아주 작게라도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 읽고, 쓰고, 배우고, 조금이라도 외부와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는 것. 그것이 먼 훗날 나를 지탱해줄 작은 뿌리가 되지 않을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오늘 심는 작은 씨앗이 내일의 나무가 된다.

물론,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건강 걱정도, 경제적 불안도 여전하다. 사람은 결국 '불완전한 준비' 속에서 살아간다. 완벽한 준비란 존재하지 않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버틸 수 있는 사람, 작은 것들을 지속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때로는 버티는 것 자체가 가장 강한 저항이다.

어느 날 문득, 걷다가 발견한 풍경이 있다. 가로수 옆에 자그맣게 피어난 들꽃 한 송이.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거대한 나무 사이에서 제 몫을 다하며 피어 있었다. 거창하지 않지만, 그것은 분명히 살아 있는 생명이었다. 때로는 하찮게 보이는 것들이 가장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다. 아스팔트 틈새로 피어난 민들레처럼, 환경이 아니라 의지가 삶을 결정한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거대한 숲 속 작은 들꽃처럼, 꾸준히 피어나는 존재가 되고 싶다. 화려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시선을 끌지 않아도, 그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불안과 답답함을 품고도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한 준비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도 작은 숨을 고르며 하루를 시작한다.
크게 도약하지 않아도, 다만 흔들리면서도 버틸 수 있는 사람으로.
작은 숨결이 모여 긴 여정을 만든다.